Hey, you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저 본문

Review/Books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저

haafter 2021. 6. 22. 00:01
반응형

-스포 없음-

집어 들자마자 순식간에 읽어 버린 책. 

자녀로서 혹은 기성세대에 진입하는 한 청년으로서 엄마아빠 세대의 인생을 잊지 않기 위해 그들의 삶과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가고 있던 중이었다. 친구가 이런 나의 막막하고 원대한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시선으로부터,'를 강력히 추천했는데, 그 표정에 난 '이렇게 까지?' 싶어 시작했더랬다.

결과는 '도움'을 넘어선 '깨달음'의 득템!

 

책은 할머니 '심시선'의 이야기에서 부터 시작해 3세대에 걸친 가족 구성원 각자의 이야기로 가지를 뻗어 나간다. 가혹했던 20세기를 힌 여성 그리고 한 인격체로서 소신 있게 살아 낸 시선의 이야기는 기록물로만 남겨져 있는데, 이를 딸들과 아들, 며느리와 사위, 그 밑에 손녀 손자들이 훑으며 자신의 인생과 의식의 초점에 빗대어 각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 과정에 독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대략적인 내용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심시선의 가족들이 그녀의 맞딸 '명혜'의 주도 하에 하와이에서 시선의 장례 10주기를 보내는 이야기다. 죽기 전 결사코 제사를 반대한 시선이지만 자신의 10주기 제사를 빙자한 가족 여행을, 그것도 하와이까지 와서 모두를 똘똘 뭉치게 한 명혜의 심산을 눈치 챈다면 저 멀리서도 '쟤도 결국 내 딸이었어' 싶었을 것 같다. 하와이는 젊은 시선이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해서 가장 주체적인 선택을 시작한 곳이다. 

 

하와이에 도착한 가족들은 여행 중 가장 좋았던 순간을 채집해 마지막 날 시선의 제사에서 그것들을 공유하기로 한다. 광고 대행사 AE로 오래 근무한 명혜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나도 첫째 딸로서, 그리고 전 홍보 대행사 AE로서 명혜의 리더십이 흥미로웠고 공감도 갔더랬다. 자기 남편과 딸들만 모이게 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인데 동생들과 그 가족들까지 통솔하려면 보통의 에너지가 아닐테다. 장녀 주특기 인정.

 

심시선이 남기고 정신은 주체적이며 견고한 것이었다. 가족들은 '시선이었다면 이렇게 생각했겠지', '시선이라면 이런 선택을 할거야'라며 그녀의 뜻과 의지를 마음 속 깊이 새겨 기린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핏줄에 인생의 나침반 혹은 등대로 활용할 수 있는 그런 이정표와 같은 심지가 박혀 있다면 세상 어떤 것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 

 

<시선으로부터,>는 나에게도 똑같은 이정표를 심어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편한 것만을 찾고, 남 눈치만 보고 사는 나에게 진짜로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했을 때 행복한지를 한번쯤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현재 '살아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고민 중이라면 꼭 한번 읽기를 추천한다. 물론 읽고 다른 결론과 생각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아마, 심시선이 우리 할머니였다면 혹은 우리 엄마였다면 하는 잠깐의 상상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책정보]

http://www.yes24.com/Product/Goods/90367403

반응형

'Review >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0) 2019.02.06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