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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ctions/Journey: Camino de Santiago

#2 론세스발레스에서 주비리

haafter 2021. 5. 2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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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세스발레스에서 나와 주비리로 출발하는 길은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

평생 여기서 살아도 좋을만큼..

비밀의 화원 같은 영화를 보고 자란 나는 유럽의 자연경관을 보면서 심장이 아려왔다.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침해가 떠오르는 순간에 세상이 창조되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도 곧 끝나고 길고 긴 숲속길이 시작되었다. 피레네보다는 아니었지만 역시나 오르막이 있었고 급경사 내리막도 있었다. 훨씬 수월했지만 어제 놀란 근육들이 소리없이 아우성치는 바람에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오늘이 이틀째인데 이제 남은 26일는 어떻게 걷지..ㅋㅋ 그런데도 아직 포기하고 싶거나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은 안든다. 정말 여기는 자연이 너무나 아름답다..

아빠가 매일 전화를 하신다. 멀리 유럽까지 간 딸래미 걱정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사진을 몇장 보내드렸는데 부럽다고 하셨다. 

우리아빠.. 평생 일만 하고 여행한번 제대로 안하고.. 같이 가자해도 (3억준다 해도 안간다고 했다. 산티아고..) 싫다하고. 

그런데 결국오면 정말 좋아하실거 같다. 

여기는 너무 아름다워서 엄마랑 아빠랑 신영이랑 꼭 같이 오고 싶다. 가족여행으로 유럽을 가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 

어제보다 다소 지루했던 길이 끝나고 주비리에 도착했다. 8유로짜리 알베르게 municipal에서 짐을 풀고 뭐라도 먹으려 나갔다.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가니 피자, 샌드위치, 맥주등 우린 곧 절제력을 잃고 말았다. 결국 피자, 올리브, 맥주, 콜라를 시켰고 눈물겹게 폭식을 하고 말았다. 

그런 후에 라비아 라는 다리 밑 강가에 가서 재미지게 놀았다. 물속에 풍덩 빠질 용기는 없었고 서로 물장난치며 조금 젖었는데 햇빛에 금방 말랐다. 

스페인의 해는 정말 쨍렬하다. 

강가 자갈들이 너무 뜨거워서 고기를 구어 먹어도 될 지경이었다. 아무래도 피부가 거멓게 타는 걸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 뭐, 산티아고 걷는데 안타는 것도 이상하지. 

금방 점심을 먹었지만 우린 저녁을 해먹기 위해 근처 식료품가게로 장을 보러 갔다. 

유럽의 식료품가게는 상상 그대로다. 

각종 햄, 치즈, 과일 등과 함께 일반 슈퍼에서 볼 수 있는 인스턴트, 과자, 음료수등이 즐비해 있다. 

아 맞아, 오늘 주비리 오는 길에 론세스발레스 지나 2번째 마을인가의 끝에서 식료품가게를 들렸다. 거게서 소원하던 과일을 구매했고, 드디어 일기장도 샀다.

과일로 아침을 해결한 셈이다. 정말 꿀 같았다. 체리 500그램으로 아침을 배불리 먹다니.. 이건 정말 꿈이다. 

여하튼 주비리 식료품가게에서도 여러가지 저녁해먹을거를 구매하고 나니 돈을 많이 쓰게 됐다. 내일모레부터는 각자 20불로 예산을 줄이기로 했다. 세탁도 우리가 직접하고... 내일은 시진이 생일파티를 해야하기 때문에 팜플로나에서 거하게 저녁을 먹을 생각이다. 

오늘의 저녁은 알리오올리오 스파게티와 버섯볶음이었다. 완전 실패했다. 집에서 할 땐 맛있었는데.. 정말 맛없는데 많이 해서어쩔수없이 목구멍에 쑤셔 넣었다. 

좋은 추억 하나 만들었다고 생각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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