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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ctions/Journey: Camino de Santiago

#5 뿌엔테 라 레이나에서 에스테야

haafter 2021. 5. 26.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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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에 다다른것을 알면 더욱 멀게 느껴지고 기대감에 더욱 힘들것을 알았다.

목적지에 도착할거라는 확신과, 앞만 보고 꾸준히 걷는 것이 왕도라는 것을 깨달았다. 땅을 보고 걸으면 금방 도착할순 있지만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경치를 감상할 수 없다. 주변을 감상하며 걸으면 도착지는 멀게 느껴지고, 힘이 든다. 인생은 기브앤 테잌이 맞다. 

오늘 걸은 길은 비교적 수월했는데, 피로가 누적되다 보니 이전과 똑같이 힘들었던거 같다. 나는 오르막이 너무 힘들다. 몸무게때문인것 같다. 빨리 살을 빼고 싶다. 자존감을 찾기 위해서라도..

역시 아침일찍 출발해서 그런건지, 날씨가 오늘따라 선선했던 건지 햇빛이 없어서 정말 걸을만 했다. 그런데 발은 물집이 세곳이나 잡혔다. 너무 아프다.. 어떻게 걸어야할지...

미사를 처음으로 드렸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감정이 벅차 올랐고, 행복했다. 하느님은 정말 계신다. 

스페인은 오디 나무가 정말 많은 것 같다. 길거리에 그냥 가로수로 심어져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따먹을 생각을 안한다. 오디는 익으면 스스로 떨어지는데 오디 나무 밑에는 오디 열매 과즙으로 물들어져 있다. 우리는 이곳이 과연 천국이라며 평생 먹을 오디를 다 따먹은 것 같다. 정말 달고 맛있다. 다만 한국 오디 나무 보다 크고 높아서 열매 따먹는게 수월하지 않다. 해가 잘 드는 지역이라 그런지 나무들이 웅장하다. 

공통돈과 식단을 둘이서 어떻게 관리를 해야할지 너무 어려웠다. 하루에 둘이 합쳐 40 유로씩만 쓰기로 결정했고, 탄산은 2캔 초과 금지, 밀가루 금지였는데 (예산 관리 및 다이어트 때문에..) 너무나 둘다 절제력이 없고 상대를 너무 배려하는 바람에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정말 좋은 방법이 없는 걸까? 

여기서 나의 단점이 또 보여 한심스러웠다. 나는 왜 결단력이 없는가. 나는 왜 쎄지 못한가. 통솔력있고 자기주장 쎈 애들은 남을 자못 불편하게 할 수는 있지만 나중엔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런 존재가 꼭 있어야지만 그룹의 목표가 달성되기 때문이다. 나 같은 애들은 상대를 너무 배려하기 때문에 그 순간엔 편한할 지 몰라도 나중엔 원망의 대상이 되고 만다. 아무것도 못하는 무력한 인간이 되는... 정말 아이러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더이상 보이기 싫다. 또한 너무 자기주장 쎈 이기적인 혹은 강압적인 이미지도 가져갈 그릇이 못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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