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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ctions/Journey: Camino de Santiago

#8 로그로뇨에서 나헤라

haafter 2021. 6. 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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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시간 순으로 나열해 기록하자면 아마 새벽부터 시작해야 할듯하다. 스페인은 굉장히 더운 나라라 밤에도 창문을 열어 두지만 더워서 깰 수 있다. 오늘도 어김 없이 더웠고, 답답함에 수차례 뒤척였다. 중간에 일어나서 바닥에 침낭을 깔고 자야하나 깊게 고민하다 등을 혹사시킬 수 없어 그냥 자버렸다. 그런데 또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더니 비가 내리는 거다. 그래서 선선해지더니 추워졌다. 정말 종잡을 수 없는 날씨다. 스페인이 적도에 있나..? 알 수 없다. 정보 없이 그냥 온 내가 한심하다.

아침에 원래는 6시에 일어나려고 했는데 30분만 더 자자 했지만 결국 7시 기상. 준비를 다하고 8시까지 Hostel에 도착해 짐을 부쳤다. 오늘의 코스는 30km 정도되는 난코스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버스를 타고 Najera에 갔다. 중간에 화살표를 잃어 3번이나 왔던 길을 돌아온 것이다. 지치고, 졸리고, 발은 물집 때문에 아프고..

시진이가 먼저 버스를 제안했고, 난 걸을 수는 있었지만 상대방에 집중하는 성격 때문에 금방 수긍해버리고 말았다. 내 단점이다. 남이 어떻든 내 주장을 밀고 가야하는데.. 상대가 원하는게 내가 원하는거라 스스로 설득하고 금방 수긍하고. 참.. 이런게 자존감 낮은 인간 상의 표본이 아닌가.. 슬프다. 난 어제쯤.. 자존감을 높힐 수 있을지. 

여하튼 버스를 타려고 3시에 Centro bus station에 갔고, 30분 만에 나헤라에 도착했는데 정말 많이 반성했다. 사람들이 절뚝거리거나 침대에 쓰러져 자고 있었다. 나는 편하게 편하게 버스나 타고 왔는데 피곤하다고 찡찡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5시간 동안 로그로뇨를 돌아다녔지만 한 것도 없이 지름길을 찾아 꾀나 부렸으면서 피곤하다고 저녁도 엄청 사먹다니..

한국의 내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정말 한심했다.

한국에서 나 역시 한 것도 없으면서 찡찡 되기만 했고 스스로 합리화했고 나태 부렸다. 열심히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돌아 가서도 바뀔 수 있을까. 정말 이젠 더 이상 나를 믿지 못한다. 하지만 나만 나를 믿을 수 있는데..

제발 여기서 남은 3주 동안 내 자신을 fulfill 시키고 개과천선해 돌아가고 싶다. 텅빈 내 속을 자신감, 사랑, 하느님으로 채워서 돌아가고 싶다.

힘을 내자.

여기서 시간은 정말 총알이다. 하루 일과가 똑같고, 반복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오전~오후 이른 시간까지 걷다가 돌아오면 샤워, 빨래, 요리.. 그리고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고 나면 알베르게가 닫는 시간이다. (또 내일 아침을 기약하기 위해) 일찍 자야한다. 그래서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

내 프리타임을 벌고 싶다면 빨리 일어나서 일찍 출발하는 방법밖에 없다. 초기에는 5시에 일어나 5시 반에는 걷기 시작했는데.. 점점 퍼지고 나태해진 내가 나오기 시작했다. 오늘은 반성 또 반성이다.

여기서 아니면 나는 절때 살을 뺄 수 없다. 마지막 기회다.

내면의 변화보다 외적인 변화부터..

조금만 힘내자.

알베르게에 도착했는데 짐이 다른 곳에 있어 Vicent가 차로 태워다 주었다. 올 때도 무거운 짐을 싣고 같이 왔다. 또한 필요한 것에 모든 help를 주었다. 정말 angel이다...

여기서 이렇게 봉사를 하며 즐겁게 일하고, energetic한 모습.. 정말 감동적이다. 나는 저럴 수 있을까.. 아니 평생.. 못할지도.. 그러다가 공지영의 책을 읽는데 고양이 얀의 이야기를 읽고 눈물이 핑 돌았다. 고운 감정이 필요한 일..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이 되는 일. 세상을 삐툴게 보지 않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 남을 비하하지 않고, 이해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남을 불쌍히 여기지 않고 편견 없이 순수히 생각하는 것. 남이 그러든지 말든지 내가 피해 당한다 생각하지 않고 별 여러가지 생각을 끊는 것.. 이런 길이 Vicent가, 얀이 보여주는 내가 가야할 길인 것이다. 더욱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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