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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you
#10 산토 도밍고에서 벨로라도 본문
좋은 결심은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고 고모가 어떤 신부님의 글을 인용해 시진이에게 보내준 것을 보았다. 정말 좋은 결심은 지옥으로 가는 길이다.
실천이 중요한 건데 역시 나는 나약하다. 유혹에 취약하고 멘탈은 쿠쿠다스다. 어제 분명히 오늘부터 제대로 된 다이어트를 할 것이라 다짐했지만, 오늘 칼로리 폭탄을 내 몸에 투척했다. 심지어 지금 맥주 500ml도 마시고 있고 타르타라는 크림 설탕 빵을 먹고 있다. 주체할 수 없다. 미친 것 같다.
몸이 힘이 드니 멘탈이 정복 당했다. 멘탈이 약하니 배가고파 손이 음식으로 간다.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에 관한 고찰과 비슷한 답 없는 물음일 것이다. 도대체 나는 살을 빼고 싶은 생각이 있는 걸까? 아직 부족하다.
카미노를 걸으며 싫어진 인간이 2명이다. 한명은 이미 떨어져 다신 안 볼거 같고 한명은 이 거지 같은 알베르게 (사설 A.Santiago 알베르게. 수영장이 있지만 주방 등 서비스가 엉망이다.)에 같이 묵는다.
첫번째 인간은 나에게 말하는 행동거지가 병신 같아 싫었고, 두번째는 처음엔 그냥 초중고 왕따겠거니 해서 측은지심이 생겼다가, 어느날 (아마 뿌엔테 라 레이나) 내 침대 옆에서 잤는데 아침에 팬티까지 벗어 버린 모습을 보고 정이 뚝 떨어진 새끼다. 사회성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아서 불쌍해 했건만 역시 무지는 죄다. 개념 없음은 욕의 대상이 되는 것이 타당하다. 어떻게 남녀 공동 숙소에서 아침에 사람들이 다 깨도록 팬티조차 입지 않고 그저 침낭 가방으로 그곳만 가려 놓고 있을 수 있나? 병신은 병신이다. 잊지 말자. 짠하다 해서 착한 사람 아니고, 불쌍하다 해서 좋은 사람 아니다. 예전에도 많이 생각했던 것 아닌가? 감정 표현 서툴다해서 나쁜사람 아니고, 이기적이라 해서 악한 사람 아닌 것이다.
어쨌든 그 둘은 이제 더이상 이 신성한 길에서 보고 싶지 않은데.. 잘 될 수 있을까..
오늘은 비교적 쉬운 길이었다. 어제처럼. 6시간 정도 걸었고, 쉬는 시간도 꽤 됐던 것 같다. 내일은 조금 더 긴 24km. (오늘은 22km)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걸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일단 사람들과 어울림에 있어 내 자신에게 변명이자면 변명, 합리화라면 합리화, 정당한 이유면 이유를 들어야겠다. 일단 솔직히 인정하자면 나는 사람과 친해지는 것을 꺼려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또한 에너지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피곤하다. 그게 이유이다. 난 관계 맺음에 힘을 쏟고 내 자신을 극도록 긴장하게 만들고, 잘 보일려고 하고.. 그런다. 다른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나의 속마음이다. 왜냐면 난 정말 사교적 마인드가 잘 탑재돼있고, 최적화된 인간이니까. 그런 모습이 되기까지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있었고, 힘들고, 귀찮다. 사실 두가지 성격이 공존해서 인지도 모른다. 난 혼자 고독을 즐기도고 싶고, 어울려 희희낙락 웃고 떠들고 놀고 싶기도 하는 성격인가 보다. 하지만 지금은 말할 수 있다. 난 둘 중 하나만 해야 성공하는 케이스이다.
사람들 VS 내 일
대학때도 그랬고, 홍콩때도.. 아마 여기에서도..
지금 '사람'에 집중한다면 여기와서의 모든 다짐, 목표 등등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경험상.. 정말 그럴 것이다. 그러니 지금 여러 다른 사람들이 미리 말해줬던 사교적인 모습이 나에게서 찾을 수 없다해도 초조해 하지 말자. 이 모습을 내가 정했고, 내가 원했으며, 내 뜻대로 되고 있는 유일한 몇 안되는 것 중 하나니까. 사람에 집착하지 말자. 나는 애초에 그런 그릇이 아직은.. 안된다. 잘 어울리면서 자기 것까지 잘 챙기는 그런.. 그릇.
그러니 나는 지금 잘 해내고 있는 거다.
살도.. 열심히 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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