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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아헤스에서 부르고스 본문
Villaval 마을입구? 바로 지나서 산등성이를 낌 번개모양의 아스팔트 길을 만났다. 그런데 산등성이 위로 좁은 길이 나 있는거다. 내가 봤을 때 분명이 이 동산을 넘으면 굽이져 있는 길로 가는 것보다 지름길일거 같았다. 또한 화살표 표시가 없는 길을 모험해보고 싶은 생각도 강했다. 시진이는 말렸지만 가자고 설득했고, 동산의 정상과 능선을 걸을 때까지만 해도 내려가는 똑같은 길이 있겠지, 싶었다. 그리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경치 때문에 내려가는게 그리 걱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갈수록 밀밭만 보였고 길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다시 돌아 내려갈까 했지만 나는 여기까지 올라온게 너무 아까웠고 분명 이대로 산을 내려가면 다른 사람들이 지나는 길과 마주칠것이라 확신했다. 그래서 밀밭으로 막다른 곳과 마주쳤을 때 그 밀밭에서 사람 한명만 족히 걸을 수 있는 길을 발견하고는 내가 저 끝에까지 가서 길이 있는지 보고 오겠다고 시진이에게 말했다. 그 좁은 밀밭 길 끝에 보이는 건 낭떨어지 같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무조건 나아갔더니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길이 있는것 같았고, 멀리서 보고만 있는 시진이에게 여기 쭉 길이 나있으니 오라고 소리쳤다. 사실 길이 없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모든 원망을 받을 각오를 하고 다시 돌아가려 했다. 여기까지 온 것도 내 뜻에 의한 거였으니 욕먹어도 하는 수 없이.. 그런데 그 좁은 밀밭에서의 길이 낭떨어지 밑으로도 계속해서 나있었고, 밀밭의 밑에 계단형식으로 또 다른 밀밭이 있었다. 거기에도 좁은 길은 나 있었다. 결국 그 길은 산 밑에 원래의 카미노 길과 마을과 연결되어 있었고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순간이 너무 재밌어서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정말 너무너무 재밌었다. 쾌감이라 할까, 희열이라고 할까?
이래서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봐야 한다.
길을 개척해야하고 모험해야한다.
삶은 한번이다.
실수로 막다른 길에 왔다해서 돌아가야해도 그 길로 가려는 시도는 새로운 시도와 선택이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오늘 이 경험을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다. 남들이 두려워 하는 새로운 길을 걸으며 내 삶을 풍요롭게 하고 싶다.
어제 원래 출발지인 산 후안 데 오르테가에서 아헤스까지 더 걸은 바람에 오늘은 그만큼 킬로 수가 적게 걸을 수 있었다. 아침에 아헤스에서 문화 인류학적으로 중요한 마을인 아따푸에르까까지도 (2.5km) 수월하게 걸을 수 있었다. 오늘따라 날씨가 정말 여름 날씨라고는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추웠고 어둠침침했다. 물론 해가 아직 안 떠서 그런거였겠지만 그렇게 바람이 많이 불고 체감 온도가 낮은 적은 스페인에 와서 처음이었다. 너무 추워 팔짱을 끼로 종종걸을으로 아따푸에르까까지 가니 식료품과 빵, 커피를 함께 파는 가게가 나와 따뜻하고 알찬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다른 bar나 카페와는 다르게 여성스럽고 아기자기 하며 주인 아주머니가 야무지게 가격표를 다 붙여놓으신게 호감이었다. 그 가게에서 레드불도 먹었겠다 힘이 나서 열심히 걸었고 그러다가 지름길 언덕을 만나게 된거다.
그렇게 재밌는 시간을 보내며 오늘 길은 수월하게 빨리 빨리 걷게 되었다. 레드불 탓이었는지, 날씨가 쌀쌀해서 걷기에 좋은 탓이었는지, 약간의 긴장과 스트레스(스릴, 모험)로 인해 살아있음을 느낀 탓이었는지.. 모든게 다 융합돼 하루 종일 피곤하지 않고 즐거웠다.
드디어 orbaneja 를 지나고 아마도 castanares도 지나고 있을 때였다. 고속도로를 지하도로 건너고 나니 넓은 정원? 조깅할 수 있는 공원 같은 곳이 나왔다. 우린 거기서 잠시 쉬었다가 트랙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어디서 갑자기 서양인 늙인 남자가 완전 알몸으로 나오는 것이다. 진짜 그새끼의 거기까지 봤는데 기분이 세상에서 제일 더러웠다. 정말 최악이었다. 완전 욕이란 욕은 다 한것 같다. 완전......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시진이가 충격받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다. 정말 까미노길에 미친새끼가 많다. 그래서 나는 너무 분해서 뒤돌아 뻐큐를 날려줬다. 그새끼는 웃었다. 변태 새끼 미친 개새끼.
계속 시진이랑 욕을 하며 생각든것은 엄마나 신영이를 절대 혼자 보내면 안되겠다는 거였다. 정말 꼭 둘이 같이 가라고 해야지 절대 혼자는 안되겠다. 너무 위험하다.
그렇게 계속 공원 같은 길을 걷고 걸으니 드디어 부르고스에 도착했다. 부르고스는 아름답고 예쁘고 웅장한 도시다. 정말 멋있고 살고싶은 생각이 들게하는 멋있는 지역이다. Catedral 성당? 은 나로 하여금 계속해서 탄성을 짓게 했고, 마을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강물은 역시 마을의 부흥은 강을 끼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논리를 다시한번 깨닫게 했다. 예쁘고 아름다운 도시...
피곤한 우리는 또한번 폭식을 했고, 돈도 막 썼다. 정말이제는 하는 수 없이 돈도 아껴야 하고 다이어트가 절실하다. 내일이면 내 결심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잠들기 전까지 조마조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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