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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you
#15 엘 부르고 라네로에서 만실라 본문
오늘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펜도 들기 싫었고, 책도 펴기 싫었었다. 그렇게 피곤한 것도 아니지만 펜으로 머리를 쥐어 짜내고 싶지도 않았고, 책을 읽으며 울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시나 아무것도 할게 없어서 책을 폈다. 그 이후로 책을 단숨에 다 읽어버렸는데 마지막으로 갈수록 흐르는 눈물을, 복받쳐 나오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힘든 일이 나를 단단하게 한다느니, 어릴 적 고난은 나를 성장시킨다느니 하는 고리타분한 말 때문이 아니었다. 정말 충분히, 온전히 위로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울어버렸다. 윗 침대의 시진이나 옆에 외국인이 눈치채지 못하게 숨죽여 한껏 울어버리고 말았다.
그렇다. 내가 얼마나 힘든 일을 견뎌내고 있든, 더한 어려움이 있든 두려워할 것은 없다. 나를 응원하는 부모님이, 가족이, 친구들..(?)이, 하느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 힘듦을 오로지 받아 들이고, 견뎌내며 하루를 열심히, 죽을 힘을 다해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힘겹게 살아 내지 않으면 그들에게 부끄러운 모습만 보이고 말테니..
하루를 헛되지 쓰지 말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성실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20대의 이런 고민, 고난, 역경, 방황이 나를 더 튼튼하게 할 것을 의심하지 말자. 잠시나마 (잠시라 표현하기엔 너무나도 길고 끝날 것 같지 않던 그 어둠, 터널이) 생을 하찮게, 가치 없는 것으로 여긴 나를 반성하고 있다. 그리고 반성해가야 할 것이다. 아니 아마 반성할 것 같다..
점점 내가 산티아고에 온 이유가 주어지는 듯 하다. 여러가지 생각과 다짐들이 존재하지만 사실 다 부질 없는 것이다. 나는 그저 지독한 나의 내면을 마주하기를 기다려온 것이다. 그러면서 하느님에게 가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나를.. 만나러 온 것이다.
이 길이 끝났을 때는 정작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다. 아니 그럴 것을 확신하고, 또 여기 오기 전에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만 이 모든 과정과 내 마음가짐의 조그만 변화가 느껴진다면 성공한 것일 테다. 그저 열심히 살고 싶은 생각이 아주 조금이라도 들게 된다면 성공한 것일 테다. 그리고 성공한 거다. 점점 성공해 가고 있는 것이다. 찬란한 젊은 날을 어둠에서 썩게 하지 않으려면 일단 나와 화해해야 하고 살아갈 용기와 희망만 있으면 되는 거다.
열심히 고통과, 두려움과, 외로움과, 권태와, 나태와, 회의와 우울과 맞서자.
그럴 수록 나는 성장할 것이다. 이런 감정과 느낌, 경험이 없었다면 아마 인생을 더 열심히, 치열하게, 온전히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분명히 나는 작년 하반기 이대로 취업이 되어버린다면 (롯데칠성)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생의 고난도 없이 평탄하게.. 다 자초된 일이다. 내가 원한 인생의 Route.. 정말 나는 내가 생각한대로 삶을 이끌어가는데 천재인듯하다. 그러니 이제는 한 학기 동안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해서 원하는 회사에 취업만 하면 될 것이다. 이제는 유럽여행의 한도, 그토록 원하던, 고통도 다 겪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내 자신을 온전히 하고 기쁘고 행복에 넘쳐 스스로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 될 일만 남았다.
오늘 알베르게는 쾌적하고, 따뜻하며 Angel들이 보였다. 여기서 보상하시는 분들은 대단하다. 감사하고.. 여기서 만난 또라이들이 이분들에게 감사해야 할텐데.. 그분들 덕분에 이 여행이 좋은 기억이 될테니 말이다.
그리고 나중에 이 여행이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하지 말자. 누구나 그 순간의 기억이 모든 걸 좌우하지 않는 걸 안다. 나도 모든 걸 왜곡할 것이며, 좋았다고 합리화할 것이며, 좋은 것만 기억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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